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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 산호가 되면
오가자

나무 위에 혼합재료, 2025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출품작 중 가장 회화적으로 탁월하고 놀라운 자기성찰적 노년의 자화상이다.
여신의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산드로 보티첼리(1446~1510)의 ‘비너스의 탄생’은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비너스가 조개 속에서 태어나는 순간을 그린 회화로 나신의 여신이 화면 중앙의 조개껍질 위에 우아하게 서 있고 고대전설을 인용한 화면구성이다. 올해 88세의 작가 오가자는 점점 귀가 막혀가던 어느날 보청기를 끼고, 해녀 물질 하던 처녀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물 속에 들어가면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었다고 기억해냈다. 현재의 청각적인 불편함을 물 속과 비유하는 걸까? 바다 깊이 들어가면 어떤 느낌인지 물었더니 화답처럼 그린 자화상이다. 골판지에 등신대 크기로 목탄 드로잉한 후 외곽선을 잘라내고 다시 나무판에 대어 스케치 한 후 나무판을 도려내어 외곽선을 자른 후 산호 하나하나 채색해 수십개의 산호가 온 몸을 감싼 자화상이 탄생했다. 온 몸에 온갖 색깔의 다양한 형태의 해양 산호와 바다 풀이 구체적으로 돋아나고 빼꼼 드러난 분홍한 두 발이 없다면 자화상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산호여신으로 변신한 모습이다. 조개 위에서 탄생한 여신이 아니라 조개가 들러붙어 살고 있는 산호 자체가 되어버렸다. 그림 오른 쪽 하단에 작가의 말을 적어두었다. ‘바다 산호가 되면 모르지 흔들흔들 세월이 다 지나갔다 흔들흔들 신이 오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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