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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친구가 되언
홍태옥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5
로즈마리 덤불로 변신한 할망 앞에서, 소와 토끼가 하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로에게 다가간다. 이 장면은 4.3으로 인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결핍을 안고 살아온 두 존재의 만남이자, 할망이 건네는 하나의 처방전이다.
이 작품은 말한다. 살아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공생뿐이라고. 상실 이후의 세계에서 관계를 회복하는 방식은 경쟁이 아니라 함께 우는 일임을, 울다 보니 친구가 되는 순간임을 그림으로 증언한다.
“4·3에 소막 불탔던 게 이제사 기억났주.
사람 집 불탄 거만 맨날 억울해 그리다가
소도 얼마나 무서웠을꼬, 팔십구세에 이제사 생각났주.
토끼는 피난 갔다가 가족을 이러버련…
울다 울다 두리 친구가 되언. 할망이 대신 그려주잰.”
— 초록할망 본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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