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친구가 우니 노주마리 가지로

홍태옥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5

붉은 말과 함께 초록할망은 울고 있는 친구에게로 간다. 구십 노장의 몸에 앞치마를 두르고, 할망은 그저 다가간다. 주옥같이 떨어지는 눈물이 바닥에 닿기 전, 왼손을 내밀어 눈물과 접속한다.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이 장면이 웃음을 허락하는 이유는 ‘행동’ 때문이다. 할망은 “어어 넉(넋)들라” 주문을 외우며 오른손으로 노주마리를 치켜든다. 위로는 설명이 아니라 몸의 제스처로 전해진다.
이 그림 앞에서 관객은 질문에 놓인다.
나는 누구인가.
순종하며 할망을 따라다니는 붉은 말인가, 눈물을 흘리는 낙담한 자인가, 열매를 가득 맺고도 스스로 바구니에 담지 못하는 귤나무인가. 혹은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노주마리를 배달하러 가는 할망인가.
이 작품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기억과 공감의 효력이 작동하는 자리를 연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