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할망의 소리

제주 그림할망들, 한·일 예술대생에 “그림은 함께 살아가기”

ree

평균 연령 80대 중반을 훌쩍 뛰어 넘은 제주 조천읍 선흘리 ‘그림 할망들’이 일군 로컬 예술의 세계와 철학을 찾아 국내외 대학 연구자들이 찾아와 주목된다.


지난 4일 도쿄예술대(GAP·선진예술학부) 재학생 15명, 홍익대·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이들 양국의 대학 교수진이 사단법인 소셜뮤지엄이 조천읍 선흘1리 마을에서 진행 중인 전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막힌 신들의 변신과 공생〉를 찾아와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공동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은 이날 오전, 오후로 나뉘어 진행됐다. 우선 오전 10시 30분부터 선흘 에코촌유스호스텔 연회장에서는 선흘 그림 할망(할머니의 제주어)들의 그림 선생이자 소셜뮤지엄 이사장인 최소연 화가가 오프닝 강의로 로컬 예술의 실제 사례를 발표했다.

ree
ree

최소연 화가는 70~90대 마을 할머니들이 농부에서 화가로 변신하는 과정과 작품들을 소개하며 “할머니들은 그들이 살아온 평생의 기억과 활력을 바탕으로 신들의 세계관으로 위기 때마다 되살아온 존재들”이라고 소개했다.


최 화가는 또, “그림 할망들은 태고의 흙처럼 주름진 몸을 안고 환상의 신들처럼 끝없이 변신하고 조화로움으로 그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변신과 공생, 그리고 자연·사람·신화가 서로 스며들며 함께 사는 법을 묻는 것이 할망들의 그림”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은 대상을 소유하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해 변신하는 기술인 점도 강조했다.

ree
ree

오후에는 선흘그림작업장에서 그림할망들과 함께 드로잉 워크숍이 열렸다. 제주 할망 화가들과 도쿄예술대(GAP·선진예술학부) 재학생 15여 명, 홍익대·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한 테이블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하모니–드로잉’ ‘Human–Animal Flow’ 등 전시 키워드를 주제로 몸의 제스처를 관찰하고, 동물·식물의 리듬을 자신만의 선으로 옮기는 실습을 진행했다. 작품해설의 도슨트는 허계생 그림 할망이 맡았다.


저녁에는 최소연 화가와 연세대 명예교수인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가 진행한 랩업 세션을 통해 지역–학교–작업장을 잇는 커리큘럼 모델이 조명됐다.이번 워크숍에는 사토 고유리(GAP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소마 치아키·후지이 히카루 교수(도쿄예술대), 한예종 임민욱, 남정호 교수와 윤동구 전 한예종 교수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함께 해 현장형 국제 교류의 의미를 더했다.


한편, 전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막힌 신들의 변신과 공생〉은 2025년 9월 20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선흘그림작업장에서 파트별로 이어진다. 소셜뮤지엄 측은 “할망들이 택한 것은 분열이 아닌 변신과 공생”이라며 “학생들이 로컬의 삶과 예술을 통째로 배우는 수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ree

제주의 소리

김봉현 선임기자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