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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의 소리

제주포럼 꽃피운 ‘찐 애순이’...화폭에 삶 담아낸 선흘 그림 할망들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할망 화가'들의 이야기가 20주년을 맞은 제주포럼 현장에서 다시 한 번 진한 울림을 전했다. '선흘 그림할망'으로 유명세를 탄 마을 어르신들의 그림 전시와 토크쇼가 2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에서 열렸다.


3층 ICC갤러리와 로비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한국전쟁과 제주4·3 등 역사적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림 할망 9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특히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의 협업으로 그려진 공동 작품들이 소개되며 이목을 끌었다.


선흘 그림할망 프로젝트는 2021년 최소연 화가가 마을 어르신들과 시작한 그림 야학이 계기가 됐다. "따라 그리다보니 인생이 바뀌었다"는 할망들의 도전은 매년 전시와 그림책 출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 둘 씩 모여들더니 어느새 9명의 할망이 함께하며 작은 시골마을을 예술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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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선흘 할망들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찐 주인공으로 이름을 떨쳤다. 실제 드라마 출연진들과의 만남이 콘텐츠화 되며 의미를 더했고, 이날 현장에서도 할망들과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80대 후반부터 90대에 이르는 할머니들의 생생한 기억이 녹아든 작품들이 전시됐다. 초록 들판, 물질하던 시절의 바다, 딸과 며느리를 바라보던 마음까지, 그림마다 한 편의 인생이 담겼다.


불타버린 집터에 조를 뿌렸더니 초록빛이 싹을 틔웠다는 '초록할망' 홍태옥 작가의 작품에서부터 나무에 핀 꽃을 옮겨 담은 '고목낭할망' 김인자 작가의 작품 등 오색찬란한 그림들이 포럼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할망들은 일명 '반려그림' 제작된 소형 회화를 직접 둘러메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공동 창작이었다. 이날 토크쇼의 부제가 '세개의 손'이라 이름 붙여진 배경에는 그림 할망들이 두 세명씩 짝을 이뤄 공동제작한 것이 영감이 됐다. 특히 '폭싹 속았수다'에서 영감을 받은 연작에는 할망들의 그림과 서사가 결합됐다. 그들은 각자의 인생 경험을 나누며 "옆에 사는 애순이와 관식이 같았다"며 지난 시절을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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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에 참여한 최소연 작가는 "농사를 짓던 할머니들이 붓을 든 후 삶이 달라졌다"며 "할머니들이 자신의 세계관을 드라마 안에서도 발견하시더라.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가 저기 다 있다', '우리가 찐 애순이다'라는 말을 해주셨고, 각자의 기억과 세계관을 그림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선흘 마을은 단순한 프로젝트를 넘어 역사, 공동체가 예술을 통해 되살아나는 상징적 공간이 됐다. 작은 마을이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은 제주포럼이 지향하는 '평화와 번영의 혁신'과 맞닿았다.


격려차 토크쇼를 찾은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할머니들이 4.3과 같은 아픔을 이겨내고, 새로운 싹을 틔워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삼춘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시는 그런 아픔이 제주 땅에서 발생하지 않고, 더 번영된 제주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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